영국 케임브리지 오스트하우스 현판식 메시지 ― 1999. 2. 2

흔들리지 않는 지성과 미래를 향한 열정

먼저 이 자리를 빛내 주신 에딘버러 공과 비어 학장님, 코웰 시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이렇게 고마운 자리를 만드는 데 힘써 주신 김영한 씨와 장하준 교수, 그림쇼 씨, 그리고 케임브리지 주민 여러분과 자리를 함께 한 교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993년 이곳 ‘오스트하우스’에서의 생활은 내게 참으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웃이었던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하여 기든스 학장님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대화는 내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었습니다.

또한 이곳 케임브리지 대학을 포함하여 옥스퍼드와 런던 대학, 왕립 국제문제연구소가 나에게 제공한 많은 강연기회와 토론 속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지성과 미래를 향한 열정의 세례를 마음껏 받을 수 있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수식어를 형상화한 듯한 오스트하우스는 나에게 평화와 안식을 안겨 주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1992년 대통령 선거 패배에 따른 고뇌를 씻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준 케임브리지 강변과 나를 찾아 주던 로빈새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듯 케임브리지에서 얻은 많은 영감과 평안이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내가 일생을 추구해 온 이상과 철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시킨 김대중’이라는 현판을 보게 될 많은 사람들이 이곳 케임브리지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와 격려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바로 나처럼 말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리며, 내 삶에 큰 위안이 되었던 이곳 케임브리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인사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