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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 연설 - 1998. 12. 18 시련을 딛고 도약을 향하여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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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 연설 - 1998. 12. 18

시련을 딛고 도약을 향하여

존경하는 김종필 총리, 그리고 존경하는 박태준 총재, 또한 존경하는 조세형 대행, 그리고 여기에 계신 모든 양당의 지도자와 동지 여러분!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참으로 벅차 오르는 감격을 가지고 우리의 승리 1년을 여러분과 같이 축하하고자 합니다.

지난 1년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승리하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참으로 아찔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양당은 국민의지지 속에 굳건히 단결하여 국난극복에 총 매진함으로써, 1년 후 오늘에 있어서는 우리가 IMF의 빚을 갚는다고 할 정도로 사태를 호전시킨 일에 대해서 저는 양당의 동지 여러분과 우리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려 마지않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1년 전에 나라의 일을 맡았을 때 얼마나 암담했습니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우리는 선거에 이겼지만, 승리의 축배 한잔을 나눌 기회도 없이 남이 저지른 일을 맡아서 국난타개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회 안에서 밖에서, 혹은 세계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힘썼습니다. 많은 국민이 금을 팔고 혹은 모금도 하고, 어려운 직장 여건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애썼으며, 가정에서는 살림을 줄이면서 이 고난을 이겨내는등 이러한 노력을 경주해 온 지난 1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침내 외환위기로부터 일단 탈출하고 세계로부터 한국이 가장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모든 세계가 한국의 민주화, 경제 개혁의 성공을 인정하고 치하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 1년 전을 생각하면 꿈같은 성공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1년 내에 이런 성공을 가져왔다면, 우리가 더욱 노력하면 명년에는 더욱 큰 성과를 올려서 오늘날 국민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일을 반드시 해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을 해내야 할 책임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어깨에 있다는 것을, 여러분의 어깨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여러분의 분발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제가 볼 때 ‘국민의 정부’ 에 대해서 누구든지 다음 네 가지에 대해서는 이의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난 국회의원 선거 이후 자민련과 공조할 때 그것이 몇 달 가겠느냐, 모두 의심하고 심지어 냉소를 보냈습니다. 단일화를 한다고 했을 때 결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 해냈습니다. 철저한 공조와 단일화를 통해서 우리는 국회에서 양당이 하나로 합친 그 역량으로 국정을 개혁하는 데 힘을 썼을 뿐만 아니라,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마침내 정권교체를 이룩했습니다.

정권교체를 이룩한 이후 우리는 약속대로 공동정부를 세워서 물샐 틈 없이 협조하는 가운데, 특히 김종필 총리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서 내각은 완전히 하나가 되고, 또한 박태준 총재와 조세형 총재대행 두분의 노력을 통해서 자민련과 국민회의의 양당 공조를 지금까지 잘 유지해 왔습니다.

이것은 과거 우리 대한민국 헌정사에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정당이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소의를 버리고 국정을 이끌어서 선거에서 이기고, 여소야대의 국회 속에서 국정을 하나하나 추진하는 이러한 성공은 일찍이 예가 없었던 일인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국민회의와 자민련 여러 동지들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축하해 마지 않습니다.

우리는 외교적으로도 대단히 큰 성공을거두었습니다. ‘국민의 정부’ 가 출범할 때 까지 한국은 세계 속에서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조차도 원만하지 않아서 미국 정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남한과 얘기하는 것보다 오히려 북한과 얘기하는 것이 낫다는 말들이 공공연히있었습니다. 일본과는 대단히 나빴습니다. 중국과는 냉담했습니다. 러시아가 한국의 오만한 태도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하나 우리편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대단히 우려했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영국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가한 유럽과 아시아 나라들에게 대북정책을 설명하여 대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유럽 나라들은 한국에 투자단을 파견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투자단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해서는 클린턴 대통령과 대북정책을 협의한 결과 클린턴 대통령이 전폭적인 찬성을 하면서 “대북정책은 한국이 주도하라” 는 말까지 했습니다. 많은 경제적 지원에 합의가 된 것을 여러분은 아실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밀접한 공조체제로 발전되었습니다.

일본과는 20세기 초 1905년 을사조약을 시작으로 이루어진 갈등과 적대적 관계를 20세기를 마무리하면서 청산하였습니다. 역대정권이 하지 못한 일본으로부터의 사죄를, 한국을 지칭해서 정식문서로 받아냈습니다. 이번에 중국도 받지 못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받아 실천중이고, 이것은 지난번 가고시마에서 있었던 한・일 총리회담에서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그래서 한・일 관계는 이제 과거를 청산하고 21세기에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서로 튼튼하게 협력해 가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중국과는 그동안 우리와 국교 정상화 후 6년 동안 서로 경제를 중심으로 한 협력이 있었지만, 그 이상은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 내에서 많은 협의를 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한층 더 높은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고, 우리가 주장한 대북 3대 원칙에 대해 장쩌민 주석과 중국 지도자들은 “한국의 정책은 우리의 주장과 일치한다. 한국이 북한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금강호를 보내는 것을 볼 때 한국의 결심이 확실하다는 것을 믿고 있다” 는 말까지 했습니다. 한・중 양국은 과거의 경제중심으로부터 정치・군사・문화, 기타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동반자로서 격상된 튼튼한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 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국가들 역시 한국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존경심, 경제를 빨리 살려낸 능력, 그리고 한국의 정치적 안정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한국이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한국한테 배울 필요가 있다” 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을 우리 공동정부가 불과 10개월 동안 해냈다는 것은 크게는 우리 국민 성원의 덕택이고, 직접적으로는 우리 양당의 공조가 제대로 잘된 덕택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려 마지않습니다.

외교 다음으로 경제는 어떻습니까? 한국경제는 정말로 암담하고 절망적이었습니다. 제가 지난 봄에 금년 내에 개혁을 완수하고, 명년 후반부터는 경제를 플러스 성장으로 돌리고, 2000년부터는 완전한 발전궤도로 올려놓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고, 심지어는 냉소를 보냈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3년 내지 5년 걸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막연히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행시키는 4대 개혁, 즉 금융・기업・공공부문・노사개혁을 철저히 해서 경쟁력을 일으키면 반드시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 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거기에 대한 회의도 있어서 밤잠을 못자고 여러 가지로 다시 연구하고 생각해 본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이제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것, 금년 봄에 주장했던 사실이 조금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회복에 대해서 온 세계가 놀라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IMF에 구걸해서 빚을 쓰고, 그것도 모자라 여기저기에 손을 벌리던 한국이 이제 IMF에 28억 달러의 돈을 갚겠다고 하고, 명년에도 70억 달러 이상 IMF의 돈을 갚겠다고 나선 이 사실이 한국경제가 그만큼 자신있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여러분!

우리는 피나는 개혁을 했습니다.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까? 5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습니다. 16개의 종합금융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대기업들이 쓰러진다는 것을 상상해 본 일이 있습니까?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실질적으로 6대 기업부터 30대 기업은 10개 내외가 쓰러졌고, 5대 기업도 이제는 소위 재벌이 아닙니다. 문어발식으로 마구 기업을 거느리고, 실제 내용보다는 양적 팽창을 해서 제1재벌, 제2재벌하던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5대 재벌이든 10대 재벌이든 20대 재벌이든, 이제 기업을 하는 이상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기업은 장사입니다. 돈을 못버는 기업은 기업이 아닙니다.

따라서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이 나라에서 용납되지 못합니다. 국내에서 같은 업종에서 외국기업은 돈을 버는데 왜 우리 기업은 적자만 냅니까? 그 적자가 누구의 부담이 되겠습니까? 국민의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이것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는 반드시 경쟁력 있는 기업, 제일 싸고 제일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만이 존재해야 되고, 나머지 기업들은 도태 되어야 합니다.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애국하는 것입니다. 그런 물건을 쓰는 것이 애국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정치와 결탁해서 정경유착하는 것, 정부가 은행의 주식을 한주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마음대로 은행장을 좌지우지하고 한보와 같은 사태를 만드는 것, 정치에 의한 경제의 지배, 금융의 지배, 또 부정부패, 이것은 이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는 영원히, 반드시 사라졌다는 것을 나는 여러분에게 선언하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의 정부’ 지도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할 부담은 없습니다. 우리가 고개를 숙이는 곳은 오직 국민뿐입니다. 우리가 책임을 질 곳은 국민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원칙대로 합니다.

요즘 어떤 은행장 임명을 한달 동안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주식은 8, 9할이 정부의 것입니다.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인사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니 인사위원회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가장 좋은 사람으로 해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과 정성은 반드시 성공을 가져오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의 개혁으로 인해 국제적 신인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개혁을 밀고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 경제를 성공시킬 것입니다. 성공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해냅니다.

다만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기가 하락되어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업자가 늘어나서 직장을 잃은 가정이 불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경제를 고치기 위해서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책임없는 분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볼 때 가슴아픈 심정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실업자의 최소한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 의・식, 그리고 의료, 고등학교까지의 학비를 정부가 책임지기 위해서 거기에 알맞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경기회복과 실업자 문제는 경제의 구조조정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약자의 입장에 있는 분들에 대해서 최대한의 지원과 보호의 정책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입니다.

요즘 우리가 언론이나 TV를 보면 이 사회는 말기증상처럼 보입니다.우리 언론들은 다시 생각해 주어야 합니다. 왜 우리 사회는 그렇게 어두운 면만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 나쁜 사람만 있습니까?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훌륭하게 산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직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나머지 시간을 노인들을 찾아가서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정에서 쓰던 것을 아껴서 이웃의 소년소녀가장을 돌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기업가와 하나가 되어서 임금인상을 억제하거나 열심히 일해서 기업을 살려내는 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밝은 면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번 중국에 갔을 때 장쩌민 주석이 한국 국민이 금모으기운동을 한 것을 보고 감동하면서 “저런 국민이 한국에 있는 한 한국은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 아세안 회의에 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국민의 근면성, 한국 국민의 애국심을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노사정을 보십시오. 노동자・사용자・정부 이 3자가 합심하여 법률까지 만들어서 노동운동의 안정, 동시에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권리의 보장을 협의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이것을 배우려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기업가가 하나가 되어서 기업을 살려야 합니다. 노동자만 이겨도, 기업가만 이겨도 세계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계경쟁에서 이기려면 노사정이 합의해야 합니다.

이 일을 우리는 지난 봄부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여러분은 이 자리를 통해서 크게 한번 평가하고, 이 노사정에 참여한 우리나라의 정부와 기업, 그리고 특히 노동자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땅에는 시위문화, 집회문화, 그리고 노동쟁의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과거 정권하에서는 시위를 한다고 하면 원천봉쇄, 그러면 쇠파이프・벽돌, 그러면 최루탄, 이것이 정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난 ‘근로자의 날’ 때 이후부터 없어졌습니다.

왜 없어졌는가? 정부는 노동쟁의, 기타 시위・집회를 하려는 측에 대해 통보했습니다. “당신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면 다 허가해 주겠다. 폭력을 쓰지 않으면 전부 보호해 주겠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하고 싶으면 해라. 정부가 설사 노동쟁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대로 하면 허가해 주겠다. 그 대신 법을 어길 때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데 거기에 폭력을 쓰고 불법행위를 하는 것을 용서하는 나라는 없다” 고 통보한 후로는 꼭 그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집회・시위를 하면 전부 경찰이 보호하고 허가해 주고, 그리고 폭력을 쓰면 다스렸습니다. 그래서 이 문화가 정착이 되어서 고수부지에서 2만 명, 3만 명이 모여서 집회를 하더라도 조용히 끝나고 한 사람도 사고가 없습니다. 이렇게 수십년 내려온 시위・집회의 엄청난 혼란이 우리 ‘국민의 정부’ 가 시작되어서 불과 반년 정도만에 해결이 된 것압니다. 여러분, 서울에서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 이후 폭력시위가 없습니다. 최루탄 발사는 과거 한국의 명물이었습니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매년 평균 27만 2,800발이 발사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금년에는 총 4,082발만 발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명물이었던 시위・집회의 도구, 쇠파이프나 돌맹이 같은 것은 이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시위문화가 발전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폭력적이고 무질서한 시위・집회를 바라지 않는 국민의 여론이 압도적으로 강했고, 단호한 태도로 정부가 대응했고, 또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정부가 보장하는 권리를 믿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시위문화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공적인 사례로서 여러분과 함께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권존중도 많이 진전되었습니다. 요즘 인권존중에 대해서 여러 말이 있지만, 인권침해에 대한 오해는 어느 나라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잘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이것을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는 정부는 오늘의 ‘국민의 정부’ 뿐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대통령으로서 여러분 앞에 말씀드립니다. 인권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고문은 영원히 없어져야 합니다. 또한 불법감청은 결단코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경찰이나 수사기관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업무상 당연하지만, 야당탄압이나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한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러한 고문이나 정치적 악용이나 불법감청은 알고는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가집시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국민을 살리지 않으면 누가하겠습니까? 다행히 우리가 10개월간 노력해서 이만큼 왔습니다. 명년 1년만 잘하면 2주년 때는 오늘 한 말이 옛날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요즘 내각책임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내각책임제는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그 약속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여권 내에서도 경제가 이와 같이 중대한 때에 시기조절은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지금은 그 얘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이 문제는 여러분이 김종필 총재와 저에게 맡겨 주시면 우리 두 사람이 내각책임제에 대해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한번 얘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박태준 총재, 조세형 대행은 여러분과 상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닙니다. 국회에 많은 문제가 있고, 청문회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쓸데없이 양당간에 간격을 만들고 협조에 지장을 만들지 말고 관리를 잘하십시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머지않아 얘기를 합시다. 그래서 마치 누구는 안하려고 하고, 누구는 하려고 몰아붙이는 인상을 주어서 국민에게 걱정을 주고, 의원들끼리 당원들끼리 의심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일생동안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6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나름대로 당당하게 살아왔습니다.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친구의 의리를 배반한 일이 없습니다.

저는 내각제 문제로 김종필 총리와 다시 무릎을 맞대고 풀어나갈 것입니다. 우리 두 사람에게 믿고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우리가 해낸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다짐하고 축하하며, 이제 가장 중요한 테두리를 잡았지만, 알맹이를 제대로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명년 1년, 우리 다같이 분발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