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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세계인권선언 기념식 연설 - 1998. 12. 10 인권보호를 위한 인류의 장전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909  

제50회 세계인권선언 기념식 연설 - 1998. 12. 10

인권보호를 위한 인류의 장전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귀빈 여러분!

오늘은 국제연합이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인권존중의 사상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인권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인류의 장전이자 지표가 되어 왔습니다.

그간 ‘세계인권선언’ 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분투 노력해 온 모든 분들의 고귀한 헌신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오늘 귀한 상을 받으신 수상자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권력과 힘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인권의 유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권의 침해가 있는 곳에는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의로운 투쟁이 있어 왔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곧 인권을 지키고자 하는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역사였고,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싸워온 투쟁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20세기는 특히 인류보편의 가치이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상의 권리로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인류의 고귀한 노력이 기울여진 세기였습니다.

인권을 무시하고 탄압하던 독재와 권위주의체제가 인권을 지상의 가치로서 수호하고자 하는 민주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익독재체제는 2차대전을 통해 패망하였으며, 좌익독재 역시 소련 공산정권의 붕괴를 시작으로 그 대세가 꺾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같은 인권의 승리는 반인권적 권위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값진 희생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가능했습니다.

인권은 목적입니다. 민주주의는 이를 지키는 절대 불가결의 수단입니다. 저 역시 “민주주의만이 인권을 지킬 수 있다” 는 굳은 신념 아래, 오랜 군사통치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여 40여 년을 투쟁해 왔으며, 이로 인한 혹독한 탄압과 박해를 감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저는 우리의 위대한 국민과 함께 승리하였습니다. 1년 전 우리가 이룩한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는 인권신장을 위하여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해 온 우리 국민의 값진 승리였으며, 이 나라의 인권상황을 한차원 더 높게 끌어올리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귀빈 여러분!

인권은 그 어떠한 명분과 구실로도 제약받거나 유보될 수 없는 천부의 권리입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생래적 권리이자 마땅히 인류가 추구할 최고의 가치입니다. 인권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야말로 인권을 사상적・제도적으로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참다운 인권의 수호와 신장을 위해 인권의 역사적 원천에 대한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선 인권이 서구사회의 고유한 가치로서 아시아에는 적합지 않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서양이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발전시킨 가운데 인권을 지상의 가치로 내세운 것은 사실입니다. 서구의 인권사상은 기독교가 말하는 ‘사람은 모두 하느님의 자식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하느님과 같이 존중되어야 한다” 는 데 근본적으로 연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에도 이러한 인권사상은 엄연히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사람을 가지고 하늘로 삼는다” 는 “이민위천(以民爲天)’ 사상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즉 “이 세상에서 나의 인격이 가장 존귀하다” 고 갈파 했습니다. 또한 우리 한국에도 “사람이 곧 하늘” 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의 사상이 있어 왔습니다.

서구사회가 앞선 것은 인권을 지키는 제도로써 민주주의를 한발 먼저 실현한 점입니다. 서구사회의 민주제도 발견은 인권을 지키는 위대한 공헌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수단은 아시아에서도 적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간 아시아의 일각에서는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인권과 이를 위한 민주주의가 희생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용납지 않는 권위주의체제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는 ‘프러시아’ 시대의 독일이나 ‘메이지’ 시대의 일본 등 지난 역사를 통해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는 경제적 성공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2차대전을 통한 그들의 참담한 실패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2차대전 이후의 독일과 일본이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실천한 결과가 오늘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경제발전 그 자체를 위해서도 인권과 민주주의가 소중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그간 경제발전의 명분 아래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희생시킨 우리의 역사가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 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의 기본철학이자 목표로 삼고 경제개혁을 비롯한 국정전반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인권신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더욱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과거와 같이 권력의 폭압으로부터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지키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경제・사회적 환경과 제도,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권개선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제 인권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민족주의시대 였던 20세기에는 자기 민족의 인권수호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다른 민족에 대해서는 식민지배와 전쟁을 통해 인권유린이 자행되었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인권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얼마나 유린되었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세계주의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세계 모든 인류의 인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세계와 더불어 같이 인권을 신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정치적・경제적 독립과 발전은 물론, 이제 범세계적 문제로 등장한 마약과 테러, 빈곤, 환경오염, 대량살상무기 등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일은 인권수호의 가장 절실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귀빈 여러분!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각성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주장하고 용기있게 싸워나가는 사람과 사회에게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인권신장을 위한 적극적인 동참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국민의 정부’ 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인권의 가치가 살아 숨쉬고 민주주의의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다해 갈 것입니다. ‘인권법’ 의 제정과 ‘인권위원회’ 의 설치를 통해 인권이 법적・제도적으로 더욱 확고히 보장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힘을 합해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들꽃처럼 만발하는 자랑스러운 사회를 건설해 나갑시다. 나아가 세계의 모든 이웃과 함께 인간의 고귀한 가치와 존엄을 지키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듭시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인권 지도자 여러분!

저는 저의 남은 여생을 다바쳐 우리 국민은 물론, 전세계 인류의 인권옹호와 신장을 위해 헌신 노력해 나가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다짐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