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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 초청 오찬 말씀 - 1998. 11. 24 자율과 개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금융계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672  

금융인 초청 오찬 말씀 - 1998. 11. 24

자율과 개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금융계

지금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홍콩・도쿄가 금융의 중심지인데, 지난 방중 때 상해의 포동지구에 금융센터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우리의 서울도 이러한 금융의 중심지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서비스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21세기 지식정보산업시대에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금융계가 큰 고통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정말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습니다. 과거에는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 데, 은행이 5개나 문을 닫고, 종금사가 16개나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졌고, 또 나머지 은행들은 전부 구조조정을 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도 우리나라 GDP의 15% 규모인 64조 원의 돈을 들여서 부실대출을 해결해주고, 혹은 증자를 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BIS 비율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우리 금융계는 정말 새로 태어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고, 은행이 잘못되면 나라의 운명이 잘못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공업이나 무역이 우리 경제의 중심이 됐지만, 이제는 금융이 중심이 되는 그런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인 여러분은 소신을 가져야 합니다. 과거 대기업에만 자금을 공급해 주던 구태를 버리고, 이제부터는 신용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그런 기업에 많은 도움을 주셔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잘 돼야 우리 경제의 기반이 튼튼해지고, 또 직장도 많이 생겨서 실업자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튼튼하다는 것은 중산층이 튼튼하다는 얘기고, 중산층이 튼튼하다는 것은 그 사회가 그만큼 안정돼 있음을 입증해주는 것입니다.

지금 중소기업 중에는 망해서는 안될 기업이 일시적으로 자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문을 닫는 비참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는 것은 애국하는 길이고, 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임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거와 같이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식의 일은 이제 지양해야 할 것 겉습니다. 그러다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은행도 큰 피해를 입고, 그 피해가 결국 정부로 넘어와서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부실채권을 뒷받침해야만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은행이 부실대출을 한 그 뒤처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에 사무치도록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는 은행이 철저히 신용조사를 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돈 빌리러 온 사람의 부동산 등기서류만 보고 돈을 빌려 줄 것이 아니라, 어느 기업이 창의적인 기술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가장 좋고 가장 값싼 물건을 만들어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냐 하는 것을 찾아내서 돈을 쓰라고 권유해야 합니다. 물론 그 돈은 꼭 예정된 데에만 쓰고 다른 데로 빼돌리지 못하게 감시를 하면서 우량 중소기업을 육성해 나가는 노력들을 해줘야 할 것입니다.

또 은행들이 돈 빌려 준 것을 마치 무슨 시혜적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은행은 돈 빌려 준 기업으로부터 이자받아서 그 덕분에 월급받고 은행을 유지해 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돈 빌려 쓰는 사람들은 정말 은행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기업이 잘 돼야 나도 잘된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협조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께서 금융인대회에서 5가지 항목을 채택했는데, 그것이 꼭 실천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정부는 다시 한번 약속합니다. 은행 인사에 대해서 절대로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대출에 대해서도 지시하거나 부탁하지 않겠습니다. 전부 여러분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은 법에 의한 정부의 의무와 권한으로써 철저히 해 나가겠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여러분께서 정부와 협조해서 금융기관들이 자기의 사명을 다해주실 것을 부탁드려 마지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금융・기업・공공부문・노사관계 등 4대 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5대 재벌의 개혁만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이 4대 개혁은 잘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연내에 해결되기만 한다면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는 회생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혁의 마무리 문제에 있어서 지침은 정부가 정하지만, 실제로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금융인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음을 각별히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금융경색이 빨리 풀려야 경기도 좋아지니까 이 점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특별히 협조를 해주시고, 정부나 한은도 그런 방향으로 일이 잘 풀릴 수 있도록 열심히 협조할 것입니다.

은행은 21세기의 지식정보산업시대의 꽃입니다. 영국의 대처 수상은 현명하게도 미리 이것을 내다보고 영국을 금융의 중심지로 살려냈습니다. 자기 나라의 기업이 외국에 넘어가는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금융을 키우는 데만 노력해서 오늘날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 당당하게 자리잡아서 영국 경제가 잘 돼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 서울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여러분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 속에서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금융산업이 크게 육성돼야 합니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정립하고, 여러분과 함께 이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 새로이 태어나는 심정으로 힘을 합쳐 금융산업을 세계 속에서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합시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