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일본 문화계 인사 초청 간담회 말씀 - 1998. 10. 10 상호교류를 통한 한・일 문화의 공동발전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175  

일본 문화계 인사 초청 간담회 말씀 - 1998. 10. 10

상호교류를 통한 한・일 문화의 공동발전

저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 내에서 지금까지 금지되어 온 일본문화를 수용하는 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역사를 보면, 문화쇄국주의만큼 자기 민족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이러한 쇄국주의는 좋은 문화, 또는 외부 문화의 자극을 받지 않게 됨으로써 침체하게 되고 결국 몰락하게 됩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문화에 대해 주변민족이 대응한 것을 보면 세 가지의 유형이 었습니다. 첫째, 북방의 만족과 같이 중국을 침입하여 물질의 약탈에만 관심을 갖고 문화는 전혀 돌보지 않은 채 닥치는 대로 파괴한 경우입니다. 그러한 만족은 결국 문화적으로 뒤떨어져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둘째, 중국의 문화를 수용하였으나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다 결국 동화되고 마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것이 만주족입니다. 그들은 청나라 건국 이래 약 300년 가까이 중국을 지배하였으나 300년이 지나자 만주족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중국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 한민족은 중국으로부터 2,000년에 걸쳐 정치・경제・문화・교육・종교 등 여러 면에서 문화를 받아들였으나 결코 중국화되지 않고, 자신의 주체성을 갖고 의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재창조하였기 때문입니다. 불교를 받아들이면 해동불교로 발전시키고, 유학를 받아들이면 조선유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불교와 유학을 수용하였으나 결코 중국화되지 않았습니다.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받아들이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두 나라는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일본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자극을 받아 우리의 문화발전에 공헌할 것이며, 우리 문화가 융성해짐에 따라 일본 문화도 함께 융성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로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며, 더 이상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오붙이 총리에게 한・일 양국 문화인을 중심으로 문화교류협의회를 만들어 상호 어떠한 방식으로 문화교류를 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해 양국의 문화인들이 전문적으로 의논하고 정부가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토록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곧 그러한 조직이 구성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의 역사가 먹는 것에 급급했던 시대, 전쟁이 가장 우선시되던 시대, 그리고 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소위 하드웨어 제품이 우선시되던 시대에는 문화가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힘을 발휘하는 것은 문화입니다. 문화면에서 서로 존경하며 교류하지 못한 국가간의 관계는 반드시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생각이 먹는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더욱 좋은 생활이나 소위 인간의 마음의 행복과 같은 것으로 옮겨갈 21세기에는 문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의 헌팅턴 교수가 말한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라는 말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가 말하는 문화에 의한 문화간의 전쟁에 대해서 나는 자신있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21세기는 세계의 각 블록이나 민족이나 국가가 공존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과 한국에도 외환위기 등 여러가지 금융문제가 있지만, 아시아의 금융이 나빠지면 러시아가 영향을 받고, 러시아가 나빠지면 남미가 영향을 받고, 남미가 나빠지면 미국이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세계에 자신만이 고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문화가 달라도 서로 공존해야 합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교류는 한국의 문화산업의 발전에도 매우 유익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인류 역사에서 문화인이 가장 중요해지는 시대에 들어간만큼, 이 자리의 여러분이 일본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계시듯이 한국과의 교류를 보다 활발히 전개하여 서로 갈고 닦음으로써 한국의 문화도 발전될 수 있도록 협력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