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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본 천황 내외 주최 국빈만찬 답사 - 1998. 10. 7 깊고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가진 이웃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015  

아키히토 일본 천황 내외 주최 국빈만찬 답사 - 1998. 10. 7

깊고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가진 이웃

천황폐하 내외분과 천황 일가 여러분,

그리고 총리대신 각하 내외분과 자리를 함께 하신 귀빈 여러분!

우리 내외와 일행을 따뜻이 맞아 주시고, 이처럼 성대한 만찬을 베풀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나는 지금 폐하께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간의 교류와 협력관계 증진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해 주신 것을 감명깊게 경청하였습니다.

우리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깊고도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나라의 역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양국의 선린우호 관계를 중시했던 많은 선각자들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한국과의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 온 분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5세기 중엽에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신숙주라는 정부고관은 ‘해동제국기’에서 “이웃나라를 대하는 데에는 예가 기본이며, 그런 다음에 그 마음을 다해야 한다” 고 적었습니다. 500년 후의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양국 국민간에는 서로의 문화가 지닌 장점을 높이 평가하고 받아들여, 자신의 문화를 보다 풍요롭게 하려는 노력들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단지 새로운 세기가 우리 앞에 다가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현재 한・일 양국을 둘러싼 환경은 양국간의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절실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실현을 추구하는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이는 우리 한국 국민이 지난 50년간 불굴의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결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 정부와 국민은 보다 당당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웃나라와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일본은 일본 국민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며, 의회 민주주의와 평화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앞장서서 기여해 왔습니다. 나는 이와 같은 전후 일본의 성공이 우리 두 나라가 새로운 세기의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냉전이 끝난 후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사정도 한・일 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고 번영을 가져오기 위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통의 가치로 공유하게 된 우리 양국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에 닥쳐온 경제위기도 우리 두 나라의 밀접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은 세계경제에서의 역할에 걸맞게 아시아와 어려움을 같이 하고, 또한 함께 위기를 타개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한국이 작년 말 외환위기에 처하였을 때 보여준 일본의 적극적이고 성의있는 지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합니다.

나는 일본이 아시아의 경제회복을 위한 견인차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일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랍니다. 우리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희망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는 한・일 양국 국민이 화합과 협력으로써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월드컵 대회는 21세기를 향한 우리 두 나라의 동반자 관계를 세계에 과시하고, 이러한 양국의 우의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줄 수 있는 좋은 계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양국간의 다양한 협력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두 나라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이 그렇게 성의를 다하는 태도로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사명을 인식하고, 양국간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나갈 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제창하는 바입니다.

우리 모두 긴밀하고 진심어린 상호협력을 통해 자랑스러운 이웃관계를 만들어 후세에 물려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한・일 양국은 서로 가장 오랜 교류의 역사를 나누고 있는 이웃입니다. 21세기의 세계화 시대를 앞두고 오랜 우방끼리 먼저 공고한 우호를 다지고 세계무대에 같이 나간다면 우리는 역사를 바르게 계승한 양국이 될 것입니다.

자리를 함께 하신 귀빈 여러분!

천황폐하 내외분의 건강과 일본국의 변함없는 발전, 그리고 한・일 우호협력관계의 지속적인 증진을 기원하면서 다같이 축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