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전국여성대회 연설 - 1998. 9. 29

여성의 발전은 국가 발전의 밑거름

친애하는 여성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여성 여러분!

오늘 우리 여성 모두의 뜻과 의지를 담은 제35회 전국여성대회가 열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먼저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고 수고하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영희 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성의 권익향상과 국민의 생활개혁을 위해 애써오신 여성 지도자 여러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방금 ‘용신 봉사상’ 과 ‘올해의 여성상’을 받으신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여러분이 국난극복에 앞장서기 위해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셨다니, 정말 고맙고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여성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존경과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전국의 여성 여러분!

여성의 발전은 국가발전의 척도입니다. 국민의 절반인 우리 여성들의 권익이 향상되고, 사회참여가 확대될 때만이 조화로운 국가발전이 가능하며, 또 당면한 나라의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남녀가 같이 일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고, 각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두어서 여성문제를 전담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정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각종 위원회에 여성의 참여폭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러시아 주재 대사를 여성으로 임명했고,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과 일선의 경찰서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성분들을 책임있는 자리에 임명한 것도 여러분이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여성이 사회활동에서 실질적인 권리를 누리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성정책의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여성경제인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것이며, 아직도 남녀차별적 요소가 남아 있는 가족법도 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연내에 인권법의 제정을 추진하여 여성의 인권이 획기적으로 신장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앞으로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30%를 여성에게 배분하여 여성의 정계진출을 확대 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에 이러한 여성참여에의 문호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여성이, 당면한 경제난국으로 인해 가정과 직장에서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이나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으며, 여성실직자를 위한 생활지원과 취업보장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여성여러분,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여성문제는 여성 여러분이 스스로 앞장서서 해결해 가려는 노력이 정부의 역할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단체들의 사명은 매우 크고, 그 역할 또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여성 여러분!

오늘 이 대회에서 여러분이 다짐하듯이, 지금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여러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제 불과 3년 뒤에 시작되는 21세기는 경제와 문화가 국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또 여성의 시대입니다. 바로 여성 여러분의 섬세한 감각과 직관력, 그리고 문화적 적응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시대인 것입니다.

여성 여러분은 이제 스스로의 잠재력을 찾고 개발하면서, 자신이 바로 사회와 국가의 주역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여성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작은 일에서부터 새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임할 때, 여러분은 남성들과 같이 국난을 극복하고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는 우리의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이 기회를 현명하게 이용하여 21세기의 새시대에 맞도록 우리 사회를 개혁하면, 우리는 머지않아 이 고난을 극복하고 반드시 세계일류국가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저는 ‘제2의 건국’ 운동을 제창하였습니다. ‘제2의 건국’ 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그리고 부정부패와 같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악습을 바로 잡고, 무한경쟁의 21세기에 걸맞은 국가의 기틀을 굳건히 세우자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 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철학 아래,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여성 여러분의 전폭적인 협력을 바랍니다.

여러분은 의식개혁과 생활개혁의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묵은 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활기찬 사회를 만들어가는 견인차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국가사회의 근본이 되는 가정을 바로 세워 우리의 미래인 자녀들을 올바로 키우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도 여성 여러분이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저의 모든 성의를 다하여 도울 것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여성 여러분!

우리는 6・25의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위대한 국민입니다. 우리가 하나로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여성 여러분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는 데 적극 앞장서 주십시오. 그리하여 민족의 저력과 지혜를 발휘하여 이 국난을 극복하고, 세계일류 국가를 건설하도록 합시다.

다시 한번 여성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리며, 오늘 전국여성대회가 여성 여러분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큰 성과를 거두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