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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개막제 연설- 1998. 9. 11 사랑과 평화의 시대를 향한 세계인의 축제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797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개막제 연설- 1998. 9. 11

사랑과 평화의 시대를 향한 세계인의 축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각국에서 모이신 행사 참가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천년고도 경주에서 ‘세계문화엑스포’ 가 열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신 참가자 여러분을 우리 국민과 함께 환영합니다.

또한 이처럼 성대한 국제문화행사를 준비하느라고 애쓰신 이의근 지사와 경북도민 여러분, 그리고 행사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를 보내는 바입니다.

놀랍게도 지금 이 자리에는 세계 4대 문명, 즉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도문명, 중국문명을 비롯한 각국의 문화유산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갈등이나 대립도 없이 세계의 문화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번 행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졌던 금세기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20세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다가올 21세기를 화합과 평화의 시대로 이끌어 갈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세계의 문화유산이 이렇게 한 자리에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에는 각 민족이 살아온 삶의 모습은 물론, 기쁨과 슬픔, 희망과 기원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만큼이나 각 민족의 문화적 존엄성도 있는 그대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렇듯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개별 문화나 문명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과 평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인류문명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이나 국가간의 모든 적대감과 대립의 근저에는 그 문화적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21세기를 문화전쟁, 문명충돌의 시대라는 불길한 예언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성을 인정하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21세기 역시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직 친구도 우방도 없는 우승열패(優勝劣敗)의 냉엄한 생존의 논리만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문화를 한자리에 모아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세계문화엑스포’ 행사는, 새로운 세기를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만들려는 뜻깊은 노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행사 참가자 여러분!

우리 한민족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입니다. 특히 이곳 경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와 문화유적지입니다. 경주는 그 옛날 동서양의 문화와 문명이 오갔던 실크로드의 동쪽 종착지였으며, 세계문화사에 보기 드물게 1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곳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주변국은 물론 멀리 서방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여 우리 문화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경주는 그 대표적인 예로서 중국 당나라의 불교를 받아들여 해동불교로 발전시켰습니다. 오늘 경주가 보여주는 문화의 내일은 결코 폐쇄된 문화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문화인 것입니다.

저는 지난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21세기의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려는 ‘제2의 건국’을 선언하면서, ‘보편적 세계주의’ 로 나아갈 것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는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조상의 슬기를 되살려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세계 속의 한국을 건설하려는 우리의 의지입니다. 이번 ‘경주문화엑스포’는 그러한 우리의 의지를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세계문화엑스포 참가자 여러분!

지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가 국경없는 경제체제에 들어선 이래, 한나라의 경제적 위기는 그 나라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시아의 위기가 서구의 어려움을 가져오고, 러시아의 위기가 중남미의 경제불안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류문화에 내재한 지혜와 용기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포용력, 각각의 문화적 전통 속에 숨쉬고 있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이 하나로 모아질 때, 저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아가 21세기는 물질과 무력의 시대가 아니라, 분화의 세기입니다. 이제 문화는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서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화의 창조적인 힘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는 여러나라의 문화산업 발전에 큰 영감을 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민 역시 문화민족답게 문화・관광산업 발전에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한국은 문화의 큰 포용력 속에서 화합의 시대를 이룩하여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번영된 국가를 건설할 것입니다.

세계문화엑스포 참가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오늘부터 두 달 동안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 문화들 속에 담긴 역사의 향기를 마음껏 향유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경주문화엑스포’ 가 사랑과 평화의 지구촌 시대를 앞당기는 세계인의 축제로 승화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여행사를 주관하고 수고하시는 관계자 여러분과 문화적 자긍심에 가득찬 행사 참가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와 큰 결실을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인류문화의 커다란 품안에서 하나로 화합하고 발전하는 큰힘 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