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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수여식 기념강연 - 1998. 6. 30 총체적 국가개혁으로 21세기를 준비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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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수여식 기념강연 - 1998. 6. 30

총체적 국가개혁으로 21세기를 준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공자님에게 논어를 강의하고, 부처님에게 설법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비록 대통령이지만 여기 석학과 탁월한 지식인 여러분 앞에서 강의한다는 것이 좀 외람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저는 오늘 우리 민족이 다같이 존경하는 인촌 선생을 기념하는 이 인촌기념관에서 강의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명한 이 대학에서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강의까지 하게 되어 오늘이 제게는 참 좋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주신다는 말을 듣고, 이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길조가 아니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고려대학처럼 석학들이 모인 대학에서 저한테 다른 것도 아니고 경제학박사를 주시겠다는 것은 제가 지금 일심전력해서 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과 발전이 틀림없이 잘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아마 여러분께서는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저런 때 쓰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제가 정말로 경제를 잘 운영하는데 앞장서서, 물론 국민과 같이 하겠습니다만, 성공함으로써 오늘 고려대에서 이런 명예로운 박사학위를 주신 뜻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것을 여러분께 다짐하는 바입니다.

저는 오늘 두 가지, 하나는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해서, 또 다른 하나는 우리 민족의 앞날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하고, 여러분의 질문을 가급적이면 많이 받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우리 민족을 생각할 때, 우리 머리속에 동아시아를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체, 베트남 국경에서부터 티베트・내몽고・만주까지 전부 중국입니다. 말이 동아시아 지역이지 전부 중국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조그마한 혹같이 붙어 있는 반도 하나, 이것이 우리 한반도인데, 이것이 어째서 중국화가 안되고 남아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몽고족은 12-13세기에 중국을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내몽고는 중국화되어 버렸습니다. 만주족은 1636년에 청나라를 세웠고 1911년에 망했는데, 이 만주족이 약 270년 통치하고 나니까 씨도 없이 중국화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람은 2,000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지배를 받고 사대국으로 섬기며 조공도 바치고 했는데, 왜 중국화가 안됐는가, 정말로 희한한 일입니다. 세계 역사를 둘러봐도 이런 일은 적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유가 있습니다. 몽고족이나 만주족이 그렇게 된 것은 중국의 고급문화, 중국식 문화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그 문화에 통화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람들은 반드시 문화를 받아들이면 내것으로 재창조를 했습니다.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였을 때도 소위 말하는 해동불교, 원효스님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사람인데,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대송기선론소(大乘起信論織)・금강경론 이라든가, 이런 독특한 우리나라 불교의 경전으로 개척했습니다. 석굴암・불국사, 백제 금동불상 등등 불경에서 건축까지 이것을 전부 한국적 특색을 가진 우리 것으로 재창조했습니다.

유교도 그렇습니다. 고려 말엽부터 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하게 된 성리학・주자학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조선 유학, 이렇게 이름이 붙을 정도로 조선화했습니다. 이퇴계 선생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이런 것은 주자학의 이기이원론을 굉장히 깊이 독특하게 발전시켰고, 거기에 대해서 이율곡 선생은 이기이원론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분리될 수 없다는 이기이원론적 일원론이다, 이렇게 또 발전시켰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지금 이퇴계 선생의 성리학(生理學)에 대한 학문체계는 세계에 널리 퍼져 지금도 성균관을 중심으로 매년 20개국이 모여 연구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화가 안된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민족을 보면 자기 문화를 못 가지고 있거나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한 문화에 부딪혀서 이것을 재창조하지 못하거나 또는 수용을 안해도 망하게 됩니다. 수용을 해도 창조하지 못하면 반드시 동화됩니다.

우리 민족은 그것을 해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점에 대해서 참으로 우리 조상들에 대해서 경탄스러운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이라고 해서 다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우리에게 큰 저력이 되어 한민족이, 한반도의 7,000만이 중국으로부터 음식도, 말하는 것도, 의복도 모든 것이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적인 문화민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우리 저력의 두번째는 교육열입니다. 이 교육열은 세계에 예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교육열을 가진 민족은 아마 유대민족일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도 보면 유대민족은 정말 지독합니다. 자기들 사회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를 골라서 돈을 대주고, 음악을 잘 하는 아이에게도 엄청난 돈을 보태주고, 그리고 부모들이 공부 열심히 안 하는 자식들은 지금도 매로 때립니다. 그렇게 해서 교육시킵니다. 하버드 대학 같은 일류대학은 유대인들의 소굴입니다. 이렇게 교육을 시키는 것을 봤는데, 우리 한국 사람도 미국에 상당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같은데 한국사람 수를 제한할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교육열이 강했느냐, 우리가 다 알다시피 옛날에는 마을마다 서당이 있었습니다. 훈장이 데려다가 숙식을 제공하면서 글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옛날 얘기를 들어보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걸어다니면서 공부했다, 혹은 부엌에서 불을 때면서 그 불빛으로 공부해서 과거를 봤다고 그렵니다. 물론 상민은 과거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부해 봤자 소용없는 데도 공부를 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소원의 표시인데, 우리 조상들이 사람은 알아야 한다, 자식들은 가르쳐야 한다, 내 세상은 이랬지만 자식만이라도 잘살도록 해야겠다, 그러려면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6・25 전시하에서도 우리 부모들이 소 팔고 논 팔아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젊은 처녀들이 자기 동생이나 오빠 공부시키기 위해서 자기는 험한 직장에 취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가 얼마든지 보지 않았습니까?

이런 교육열, 이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한해 두해가 아니고 수백년, 천년 이렇게 전통이 되니까 우수한 인적 자원을 만들어내는 그런 나라가 된 것입다. 이런 전통을 우리에게 준 조상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힘이 이런 데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식의 시대인데,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가, 그런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우리 민족의 저항의식입니다. 6, 7세기에는 수나라・당나라와 전쟁을 했고, 몽고가 침입했을 때는 1231년부터 1270년까지, 제주도에서 마지막에 삼별초가 나갈 때까지 40년 동안 싸웠어요. 중국 같은 거대한 민족이 일패도지(一敗塗地)해서 원나라에 무릎을 꿇었는데, 우리는 그렇게 싸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도 승리하지 못했거나 패배했거나 그랬지만 결코 간단히 굴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몽고족이나 만주족이 중국에 가서는 직할통치를 했지만, 우리 한국에 와서는 직할통치를 못했습니다. 민족의 저항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치정부를 시키는 것이 낫다, 그래서 실질적인 독립을 준 것입니다.

또 일제시대를 보면 우리 민족의 저항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1905년 을사조약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때부터 해방까지 40년 동안 국내에서 하다가 안되니까 나중에는 만주・시베리아・중국대륙으로 가서 40년 통안 무장투쟁을 했습니다.

세계에 수십, 수백 개의 식민지가 있었지만, 이렇게 지배국가에 대해서 무장투쟁을 전기간 전개한 민족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임시정부를 1919년에 만들어 1945년에 환국할 때까지 26년 동안 중국 전체를 헤매고 다니면서도 임시정부의 간판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항의식이 우리 조상들에게 있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남아 있는 원인이 되고, 그것이 6. 25 공산주의에 대해서 우리가 싸워서 결국 국토를 보전하고, 공산주의를 격퇴한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번째는 우리 한국 사람들의 특별한 정서, 즉 한(恨)이 우리 민족의 저력이 되어 왔습니다. 한이라는 것은 민중이, 국민이 소망을 안고 그것을 이루려고 몸부림치는 심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중들이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 자식들이라도 잘살게 만들자, 교육시키자라든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좌절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세로 도피하지 않는 현세에서 잘 살아보자는, 한국 사람들의 샤머니즘이나 이런 것을 보면 전부 현세에 잘 살자는 문제입니다. 조상의 명당자리를 잡는 것도 전부 현세에 잘 살겠다는 겁니다. 내세 얘기가 없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특별한 사고방식입니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이야기인 춘향이의 한은 이도령과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이것이 좌절됐습니다. 그런데 절대 포기 안합니다. 변사또가 아무리 고문해도 듣지를 않았습니다. 방자를 서울에 보내보고, 옥중에서 점쳐보고, 어머니로 하여금 신령님께 빌게 하고 온갖 몸부림을 칩니다. 이것이 한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좌절이 있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몸부림치는 민족입니다.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데 용왕님이 살려서 황후가 됐습니다. 그런데 심청이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심청이의 한은 아버지 눈 뜨는 것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 눈 뜬 것을 보고서야 한이 풀리는 겁니다.

이러한 한의 정신이 우리에게 있는데, 이것이 있는 한 우리는 IMF도 극복할 수 있고, 분단도 극복해서 통일을 할 수 있고, 그리고 선진국가 대열에 들 것이 틀림없다고 저는 여러분께 강조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민족의 내일에 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국 민족이 21세기에 어떠한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20세기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적합한 세기는 아닙니다. 조직적이고 단합하고 일사불란한 이런 면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릅니다. 20세기는 공업사회입니다. 20세기 경제의 핵심은 자본・노동력・자원・땅, 이렇게 손에 쥘 수 있는 물질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여러분이 알다시피 그런 것과는 관계없는 머리속에 있는 지식, 정보능력, 이런 창조능력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갖는 민족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닷새 전에 빌 게이츠를 만났는데, 앞에 앉은 그를 보니까 미국 사람이지만 키도 저보다 작아요. 얼굴을 보니까 특별히 대단한 특색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 머리속에서 나오는 지혜와 능력이 20년만에 세계 최고의 부자, 500억 달러가 넘는 부자로 만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전세계의 정보사회를 지배해 가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지금 사회는 극단적으로 말해 미국이 2억 5,000만 인구인데, 룩셈부르크가 약 50만명이 되니까, 빌 게이츠가 10명만 나오면 룩셈부르크가 미국보다 앞서가는 나라가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한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갖는 민족이 결국 21세기에 승리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민족이고 교육민족인 우리 한국은 가장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력을 다해 우리 민족의 소질을 발굴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대학도 많고, 공부한 사람도 많지만, 대학도 세계적인 수준에 못미치고 있고, 또 큰 과학적인 발전의 성과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시키는 그런 교육이 못된 데 원인이 있습니다. 교육은 반드시 일대개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21세기에 적응할 수 있는 우수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역량을 발휘시켜 세계 선진대열에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민족의 내일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만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했던들 지금 IMF 관리하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안 하니까 권력과 경제가 결탁하게 된 겁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서 모든 것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국민이 유리창 속을 들여다보듯이 우리 국정과 경제를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면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랬으면 기업들도 권력과 손잡고 특혜를 얻어서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경쟁을 통해서 국제시장에서 이기는, 즉 경쟁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했을 것입니다. 정부가 은행장의 임명을 마음대로 하고, 대출도 마음대로 해서 부실대출을 하는 이런 일은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구조개혁이 필요 없었을 것이고, 또 국민이 수십조 원의 부담을 안을 필요 없이 은행은 잘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으면 우리 경제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하는 길만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을 없애는 길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분명히 얘기하지만 이제 국민의 정부아래에서 기업인은 자유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기업에 대해서 어떠한 간섭이나 지배나 위협을 주지 않습니다. 정부로부터 미움을 받으면 사업이 안되는 그런 일은 이제 없습니다. 정부에 대해서, 특별히 여당에 대해서 정치자금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30대 재벌총수들을 모아놓고 얘기를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자유다. 여러분은 두 가지만 해주변 된다. 그외 다른 것은 부탁하지 않겠다. 하나는 열심히 사업해서 흑자를 내달라. 아무리 판매고가 많아봤자 적자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적자가 되면 은행을 망치고, 그렇게 되면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흑자를 내어 돈을 많이 벌고 나라에 세금을 많이 바쳐라. 그러면 애국자다. 둘째로 수출을 많이 해서 외화를 벌어달라. 이 두가지만 해주면 대통령은 여러분을 엎고 다니겠다. 그리고 여러분이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에 의해서 조금씩 주어야 한다. 법에 의해서 주어야 한다. 여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다. 절대로 여당이라고 뒤로 주어서는 안된다. 야당에게 여러분이 정치자금을 주고 나서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아무리 큰소리를 쳐도 아무 걱정 없으니까 정치자금 줘라."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과거처럼 정경유착을 하거나 은행을 좌지우지하거나 하면 국민이 이런 것을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더 이상 이렇게 되면 나라는 망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저는 반드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발전시켜 우리 경제를 세계경제의 수준으로 올리는 토대를 닦고 그 방향으로 끌고나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 앞에 다짐하는 바입니다.

세번째 우리가 나아갈 길은 남북문제입니다. 남북이 평화공존과 협력을 해 나가야합니다. 통일은 당분간 쉽게 실현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로 남아 있다는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적대적인 관계를 피해서 평화적으로 지내야 합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로 그날 3대 원칙을 선언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전면적으로 지지를 했고, 주변국가인 중국・일본・러시아도 지지를 했습니다. 3대 원칙은 “첫째, 북한의 남침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 우리가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통일하지 않는다. 셋째, 남북한간에 교류・협력하자. 그래서 양쪽이 서로 발전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중국과 대만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면서도 수천 개의 대만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서 합작투자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못하느냐 말입니다. 그것이 이번에 현대가 소를 끌고 북한에 간 경우와 같습니다. 그런데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나 그분들 평소에도 비범한 분들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소를 끌고 북한에 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에서 정주영 회장이 저보다 더 유명합니다. 그런 일들을 했는데, 앞으로 금강산 개발도 잘되기 바랍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무력도발이나 남한을 정복하려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햇볕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감싸기도 하지만, 음지에 있는 악한 균들을 죽이는 것도 햇볕입니다. 그래서 햇볕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앞으로 확고한 자세로 안보체제를 갖추고, 또 한편으로는 동족의 입장에서 남북이 화해・협력해서 경제협력도 하고 북한도 잘되고 우리도 잘되는 그런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길로 나갈 때 통일은 좀 늦더라도 남북이 다같이 평화공존하고 우리가 경제를 다시 일으켜서 세계 속에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인내심과 생의와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제가 말한 3대 원칙, 즉 남침을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을 해치지 않겠다, 화해・협력해서 서로 잘해 나가자, 이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 그런 방향으로 북한을 유도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제난 극복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나 전문겨관틀이 전부 한국이 가는 길이 굉장히 바른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미국에 갔을 때도 정말 기대 이상의 지원을 받았고, 격려를 받았습니다. 미국 정부만이 아니라 증권시장의 이사장 같은 분은 열번 정도는 당신네 나라도 와 줄 테니까 뭐든지 얘기하라는 말을 제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외환분야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때 가용외환보유고가 38억 7,000만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현재 369억 달러입니다. 10배예요, 그만큼 늘어났습나다. 작년에 무역적자가 87억 달러였는데, 금년에는 흑자가 300억 달러 이상이 된다고 그럽니다. 400억 달러가 된다고도 해요.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에 다시 외환위기가 오는 것은 일단 막았다고 봐야 됩니다.

문제는 국내에 있습니다. 국내문제에서 금융개혁, 기업의 개혁, 또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기업의 개혁, 그리고 노동의 유연성, 이 네 가지 개혁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정부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영기업체도 적극적으로 개혁하고 있습니다.

또 제일 중요한 것이 은행입니다. 은행이 바로 서야 기업이 바로 섭니다. 그래서 은행을 개혁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에 대해서도 자율적으로 개혁하도록 하고 있고, 자율적으로 안하면 앞으로 은행이 그런 부실한 기업은 상대를 안할 것입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해서 간섭할 권한은 없지만, 은행에 대해서는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간섭도 하고 지도도 할 권한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가 앞장서서 개혁의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우리 국민도 고난을 극복하는 데 적어도 금년 1년은 피나는 고통을 참아줘야 한다는 것을 제가 여러번 얘기했습니다. 금 모으기는 한 달, 두 달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그런 국민운동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까 해이해지는 이런 경향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난을 극복할 때까지는 최대한도로 개혁에 협력하고, 국가의 경제가 잘되도록 절약하고, 혹은 사회안정을 위해서 협력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금년 1년은 고생을 하지만, 개혁을 전면적으로 해서 기반을 닦겠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차츰 좋아집니다. 세계 각국이 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내년 후반기부터는 ‘이 나라가 좋아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IMF의 관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후년부터는 정말 선진국가로 가는, 한강의 기적만이 아니라 태평양의 기적이라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전진해 가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우리 국민과 협력해 가면 해낼 수 있다는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맡고 있는 국사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러한 경제개혁을 단행해서 내일의 희망된 발전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는 안됩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을 바랍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과거와 같이 정경유착해서 부정불의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돈을 받거나 이권을 주거나 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노동자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차별하고, 고통은 같이 분담하면서 성과는 일부층이 나눠갖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고통을 분담하면 성과도 분담합니다.

이런 일을 저는 소신을 가지고 반드시 해내서 국민여러분이 앞으로 이 나라의 장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러한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이제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 질문・답변 >>

질 문 법과대학 2학년 이지은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대선 출마할 당시부터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모토를 사용하시면서 강력한 개혁의지를 천명하셨는데, 요즘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그런 개혁의지가 일면에서 볼 때 국민에게 확고한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한채 불안감만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후면 일어날 대대적인 실업사태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은 한층 더 고조될텐데,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며, 또한 21세기로 도약할 우리 한국 사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서의 비전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개혁의지는 보기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이 점은 세계 각국이 아시아에서 한국이 제일 강한 의지를 가지고 개혁해 나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 역사에서 언제 기업이 35개나 한꺼번에 퇴출되어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정지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었습니까? 언제 은행이 한꺼번에 5개나 문을 닫게 된 일이 있었습니까?

지금 개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외환문제가 급해서 그쪽에 중점을 두었지만, 지금은 개혁을 금융과 기업, 공기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 쪽에서도 물론 이해관계가 다를 때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특히 노조측에서 문제가 많이 일어납니다. 지금도 폐쇄된 5개 은행의 인수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은 서로 대화로 설득하고, 또 법대로 진행하고 이렇게 하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개혁은 속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속도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해야합니다.

그런데 현재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국민의 8할 이상이 정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정부가 좀 간섭하더라도 개혁하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방향에서 개혁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업자 문제인데,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도 실업자 비율이 11%, 12%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평생직장을 가졌던 습관에다가 사회안전망 같은 것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충격이 큽니다. 그러나 1, 2, 3월까지는 한 달에 30만 명씩 실업자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에 실업자가 약 5만명, 6만명 이렇게 숫자는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늘고 있지 줄지는 않고 있습니다. 금년 1년은 도리가

없습니다.

적은 수의 실업자도 안 내면 전부 실업자가 되어 버립니다. 근로자의 2할을 해고 해야만 기업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일거리가 그만큼 없으니까 지금 2할을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8할은 일자리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2할도 줄이지 않으려고 싸우면 기업이 무너져 버리고 10할이 전부 실업자가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해고가 자유롭게 되느냐 안되느냐 이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면 들어오고 그렇지 않으면 안 들어오려고 합니다.

실업자에 대해서는 되도록 해고가 안되도록 노력하는 직업의 안정, 새로운 직업에 대한 훈련, 직장 알선, 사회적 보장 등 여러가지 시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하지만, 금년 1년은 실업문제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내년 후반기쯤 가면 실업자가 줄어들 것입니다.

은행이 잘되고,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 다시 직장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으로 이해해 주기 바라고, 21세기에 대해서는 아까도 얘기했으니까 그 정도로 하겠습니다.

질 문 안녕하세요? 저는 정유철입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 질문드리겠습니다. 며칠 전에도 TV를 통해서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북으로 남북화합의 차원에서 소 500마리를 1차로 보냈고, 또 더 보내려 한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 북한은 우리에게 잠수정을 침투시켰습니다. 이 일로 인해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는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이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수하시려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북한을 하루빨리 우리와의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으셨는지,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햇볕정책은 아까도 말했지만, 유화정책이 아닙니다. 북한의 남한에 대한 도발적 행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면서 화해・협력의 길을 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작년 4월 미국 국방대학원에서 미국의 중요한 정보기관원 60~70명과 얘기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클린턴 대통령의 포용정책, 말하자면 햇볕정책이죠, 그것을 반대하는 연구소에서 온 사람이 저한테 질문했습니다. 그 사람은 공화당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말한 햇볕정책을 제일 처음 한 사람이 닉슨 대통령이다.”

닉슨 대통령이 1970년대에 소련에 대해서 데탕트 정책을 취했습니다. 헬싱키 조약을 만들고, 이렇게 해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교류를 확대했습니다. 그렇게 할 때, 한편으로는 철저한 안보태세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호를 개방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소련이 거기에 응해 왔습니다. 그렇게 약 19년을 계속하고 나니까 총 한방 안 쐈는데, 소련이라는 대제국이 그대로 무너지고, 동구라파 공산국가가 무너졌습니다.

중국에 대해서 미국이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 이라고 해서 강한 압력을 가했을때 모택동이 “우리는 인구가 6억이다, 1백만, 2백만 죽어도 좋다, 해 보자” 그랬는데, 결국 닉슨이 중국에 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모택동을 만나서 그 마음을 돌려세워 UN에 가입하도록 해주고 중국과 수교했습니다. 결국 미국과 소련 양쪽을 원수로 삼았는데, 중국으로서도 그것이 부담스러우니까 미국하고 손잡은 것입니다. 손을 잡게 되니까 숙청당했던 등소평이 등장한 겁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개방이 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저금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새로운 파트너로서 중국하고 손잡고 있지 않습니까?

또 그 연구소 사람에게 베트남 얘기를 했습니다. “베트남에 당신네도 가고, 우리도 파병했는데, 미국이 국력을 기울여도 못 이기고 나왔다. 그러나 지금 외교와 경제 협력을 하는 가운데 베트남이 거의 친미국가가 되고 있다”고 말입니다.

결코 햇볕이라는 것이 패배주의가 아니다, 햇볕이야말로 강한 빛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나중에 거기에 있던 현역 소장이 우리는 당신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햇볕정책이 약하거나 유화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라고, 이것이 북한의 강경세력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남한에서 자기들한테 막 대해 주어야 되는데, 역대 정권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결국 북한의 강경세력만 키운 결과가 되었습니다. 제가 대통령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국가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할 수 없어서 그렇지, 북한에 상당한 온건세력이 형성되다가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나는 분명히 북한 내에는 강경과 온건세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경이건 온건이건 반드시 강력한 안보태세,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안보태세를 갖추면서 북한이 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남북이 평화공존, 서로 공존공영하는 길입니다.

이것은 우리 주변국가들,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다 지지하고, 지난번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도 전면적으로 이것을 지지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대화가 언제 열릴 것인가? 지금 간접대화,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에 간 것도 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남한 사람이지 북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성질이 너무 급하니까 일을 잘 그르칩니다. 얼마나 성미가 급하냐하면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섣달 그뭄날 시집온 며느리한테 정월 초하룻날 시어머니가 너 시집온 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애가 없느냐, 이런 말이 있는데, 제가 집권해서 몇 달이나 됐습니까? 그러니까 그래도 한 1년쯤은 두고 보십시오. 그러면 뭔가 만들어 낼테니까요.

질 문 행정학과 2년 황수민입니다. 요즘 여소야대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정개개편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위적인 과반수 만들기에 의한 정개개편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런 정개개편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고질적이고 뿌리깊은 지역주의가 해소될지 의문입니다. 이런 정개개편에 관한 대통령의 구체적 의견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오늘 여기 오면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주위에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대통령이라는 것은 원래 적어준 것 가지고 읽는 것이지 가서 맞부딪쳐 가지고 하다가 한마디만 삐끗해도 그것이 큰 문제가 된다면서 나가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주저하다가 나왔는데, 역시 어려운 질문만 나옵니다.

내가 여러분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주의를 반드시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민족주의시대도 아닙니다. 지금은 세계주의시대입니다. 민족주의라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로 200년 정도 계속됐습니다. 그 전에는 민족은 있었지만 민족주의는 없었습니다. 민족주의라는 것은 민족단위의 경제체제가 형성됨으로써 그 경제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민족과 투쟁하는 가운데서 일어난 것입니다.

민족주의에는 침략적 민족주의와 저항민족주의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민족주의라는 열병은 모든 민족들이 걸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WTO 체제에 들어가면서 경제적 국경이 없어집니다. 앞으로 6년이면 완전히 없어집니다. 모든 것이 자유입니다. 우리나라사람이 어디 가서든지 장사할 수 있고, 외국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항상 예를 들지만 강원도 산골의 옥수수 농가도 미국의 옥수수 농가와 경쟁에 들어가야 됩니다. 청량리 뒷골목에서 구멍가게 하는 아주머니도 세계의 슈퍼마켓하고 경쟁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이 그런 세상입니다. 우리는 하루속히 세계속으로 나가야 됩니다. 세계를 우리가 안아야 됩니다. 한국 사람들의 가장 큰 결점이 세계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세계 사람들이 여행을 해 보면 제일 폐쇄적인 나라 중의 하나가 한국이라고 합니다. 외국 사람한테 제일 마음을 안 주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이것은 단일민족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민족끼리만 한 나라를 만들어 경제단위로, 혹은 생존단위로 삼았던 그런 시대에는 그것이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 속에서 뒤섞여 살다 보면 친구를 얻어야 되는데,친구를 잘 못 만듭니다. 미국에 가보십시오. LA에 가면 우리 동포들 중에 영어하는 사람이 1할도 안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국말만 하고 있어요. 그래가지고 영어 안한 것을 무슨 민족독립운동같이 생각합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계 속에서 빨리 성공하려면 세계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우리도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문제인데, 여기에다 동서까지 갈리면 이 국가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은 한심한 나라의 현실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분명히 말해서 대통령을 못하면 못했지 절대로 동서분단이라든가 지역주의라든가 이런 것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내 앞에 비서실장이 앉아 있는데, 경북 울진 분입니다. 비서실장은 실질적인 정권의 제2인자입니다. 모든 인사문제를 같이 의논합니다. 어저께도 인선을 하는데, 호남 사람이 1순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있었어요. 여기에는 꼭 비호남 사람을 하라고 그랬습니다. 대통령이 그렇게 노력합니다.

그리고 대구에 가서 상당한 예산을 배정해 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인재 등용에 있어서도 1급 이상의 인사에 있어서는 아직도 영남이 호남보다도 l0% 이상 높습니다. 이런 것을 여러분이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지역주의 때문에 아주 고생한 사람입니다. 저만큼 지역주의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여러분께 분명히 얘기하는 것은 김대중 정권하에서는 지역주의・학벌주의・배경・돈 이런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지만, 특히 지역주의만은 분명히 끝장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당도 동쪽으로 뻗쳐나가서 전국정당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한나라당도 서쪽으로 뻗어서 전국정당이 돼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개개편에 대해서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사람도 돈을 주고 매수하거나 협박해서 데려오는 일은 없습니다.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서 올 사람은 오고, 오기 싫은 사람은 안 오게 하는데, 저는 그렇게 하기 전에 야당에 대해서 애원하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1년만 도와달라, 그러면 이 나라를구하겠다, 이렇게 했는데, 그것이 잘안됐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결코 무리한 일을 해서 야당에 피해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 인재등용이라든가 지역 사업발전에 있어서 결단코 지역주의는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제가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분명히 약속한다는 것을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 문 신문방송학과 4학년 황규란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위기로 인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형적인 중산층인 저희집만 하더라도 대학을 다니는 자녀가 두 명이나 있는데, 벌써부터 저희 부모님께서는 2학기 등록금 때문에 걱정이 무척 많으십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위태로운 중산층 가정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특히 저희집과 같이 대학생 자녀를 둔 중산층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대통령 지금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 국가가 안정되려면 중산층이 튼튼해야하고, 중산층이 안정되어야합니다. 그런데 요즘 실업사태가 나니까 많은 중산층 봉급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또 지금 장사가 잘 안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자연히 중산층 상공인들도 문제가 있고 그렇습니다.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현실이 터무니없이 과소비하고, 경제를 망치고, 아까도 말했지만 120조 원 정도의 돈을 은행이 부실대출했습니다. 그래서 그 빚이 결과적으로는 국민적 부담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기업들이 문닫게 되고,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수출도 증대시키고, 해외에서 투자유치도 하고 있는데, 지금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금융개혁, 기업개혁을 하고 있고, 노동의 유연성, 공기업의 개혁, 이렇게 하는 가운데서도 당장 우리 사회의 기반인 중산층과 실업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전력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할 때 실업대책에 5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것을 7조 9,000억 원, 또 다시 8조 4,500억 원까지 늘렸고, 또 필요하면 더 늘려서라도 할 생각입니다. 금년도에 8조 4,500억 원의 실업자금을 풀어서 대책을 세우는데, 현재 27% 정도 돈이 나갔습니다.

모두 84조 원에 이르는 기업들의 대출금 상환기한을 연장해 주었습니다. 이중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22조 원의 상환기한을 연기해 준 것입니다. 또 새로이 중소기업에 12조원을 풀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중산층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도록, 중산층과 실업자들이 아주 쓰러지지 않도록 받쳐주면서, 금융과 가업의 구조를 개혁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우리에게 훈풍이 불어오는 시대가 시작될 것입니다.

한동안은 우리가 최대한으로 노력해서 견뎌내야 합니다. 우리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를 볼 때, 좋은 정부와 좋은 국민이 손을 맞잡아야 나라가 잘됩니다. 국민은 참 많이 잘했는데, 정부가 잘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것을 교훈으로 삼아 좋은 국민과 좋은 정부가 하나가 돼서 해 나가되, 내가 여기서 여러분께 맹세코 얘기하는 것은 국민의 정부는 결단코 부정부패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그런 일도 없습니다. 결단코 지역차별 주의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코 법을 권력을 위해서 악용하지 않습니다. 이래서 국민 여러분이 신뢰 속에서 정부와 같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그렇게 정부를 믿고, 잘못한 것은 비판하지만, 또 적극적으로 성원해서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서 이 난국을 넘어갑시다.

이번에 미국에 가 보니까 한국에 대한 평가가 너무도 높았습니다. 제가 이번에 상상도 못했던 대우를 받았습니다. 미국 국회에서 20번이나 박수를 받았고, 여러번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세계는 우리가 상당히 괜찮다고 보고 있습니다. 괜찮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가지고 견디면서 이 고비를 넘깁시다.

6. 25 이후의 폐허에서도 꿀꿀이죽을 먹고 염색점퍼를 입고도 세계의 11번째 경제대국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나다. 이만한 상황 속에서 못해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를 도와 줄 국제적인 힘도 상당히 큽니다. 우리만 잘하면 더욱 옵니다. 어제도 다우케미컬사의 회장이 와서 우리나라에 대해서 몇 억 달러 투자를 하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한국이 지금 상당히 잘해 가고 있고, 세계 기업들도 이 나라에 투자하겠다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다같이 힘을 합쳐서 나라를 살립시다. 여기가 인촌강당인데 인촌 선생이 일제시대 때 이렇게 학교만 세우신 게 아니라 경방이라는 기업을 세웠습니다. 그때로서는 엄청난 기업이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현대나 삼성, 그런 기업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기업을 세워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운영을 하고, 국민에게 긍지를 주었습니다. 또 동아일보사를 세워 민족을 대변한 것도 여러분이 잘아실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많은 조상들의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것을 잘 받들어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일어서서 성공의 길로 나가자는 것을, 그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제가 오늘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건투를 빌면서 제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자료출처 : 김대중대통령연설문집. 제1권/ 대통령비서실